본문 바로가기
food 스토리

써브웨이 추천! 나만의 꿀조합 메뉴

by 코랄펭귄 2021. 5. 3.

스무 살의 다른 말은 '시작'이랬다.  subway, 지하철 말고 '샌드위치 판매점', 난 스무 살 때 처음 그곳에 입성했다. 학교 정문 앞엔 녹색의 가게에 자리해 있었다. 이상하게도 지나갈 때마다 독특한, 아마 달콤한 것 같은 향이 났다. 대체 그 향은 무슨 향이었을까? 약간은 요구르트 같기도 하고. 

 

 

나름 풋풋했던 새내기면서도 마냥 설레지만은 않던 스무 살, 들어가기 싫던 대학인데도 그 앞에 있던 녹색의 써브웨이는 항상 들어가 보고 싶었다. 그도 그럴 게, 점심시간이면 항상 줄을 길게 서있었다. 그리고 편식쟁이에 소심쟁이인 난 항상 밖에서 행사 메뉴를 살펴보곤 했다. 처음으로 마음을 굳게 먹고 써브웨이에 발을 들이기 전, 서치를 통해 주문 방법을 철저하게 준비해뒀다.

 

"주문하시겠어요?"

"저, 허니 오트 15cm에 써브웨이 멜트, 아메리칸 치즈요." 후, 1차 관문 성공.

"빵 데워드릴게요. 채소 빼시는 거 있나요?"

"저 양상추만 넣어주세요...!"

 

개인적으로 이 말을 꺼내기가 너무나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편식쟁이인 난, 샌드위치를 먹어본 게 거의 전무했고,

애초에 채소란 걸 안 먹는 사람이었다. 심지어 햄버거도 안 먹는데,, 그나마 고른 게 양상추라고 보면 된다. 너무나 말 꺼내기 부끄럽고 그랬다. 하지만 아르바이트생은 태연하게 양상추 넣어줬다. 대학가의 써브웨이란 그런 거지. 친절하진 않지만 상당히 베테랑 같은 느낌이 난다.

 

"소스 어떤 걸로 하시겠어요?"

"저 추천 소스 넣어주세요..!"

"스위트 칠리랑 렌치 괜찮으세요?"

"네...!"  어차피 뭔지 잘 몰랐다.

 

이렇게 식은땀 나는 주문을 마치고 무사히 계산을 했다. 원래가 목소리가 작은 편인지라 한 번씩 되물어봤던 건 비밀이다.

 

 

그 시절 써브웨이는 이렇게 생겼다. 처음 한입을 먹어보고는 놀랐던 기억이 있다.'뭐야..! 짠데 맛있다. 맛있는데 짜다!' 좀 짜다 싶으면 음료를 호로록 마셔주고, 다시 먹고 음료 마시고, 이러다 보면 상당히 배부르게 한 끼 뚝딱이 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멜트 자체가 좀 짠 재료들의 조합이다. 소스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짰던 종류들이었을 거다. 써브웨이의 첫인상은 이랬다.

 

'샌드위치가 건강한 음식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자극적인 음식이었구나.'

 

이때까진 뭘 모르던 스무 살 때의 나. 난 편입 후 학교 앞에 써브웨이가 없어져버렸다. 그때의 절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편입을 하고 모든 게 다 좋아졌지만, '써브웨이'의 상실감은 생각보다 크게 다가왔던 것. 그때 난 써브웨이 창업을 결심했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비로소 졸업을 하고, 써브웨이를.

 

 

창업은 개뿔 맛있게 사 먹고 있는 중이다. 나의 추천 메뉴는 '로티세리 바비큐', '에그 마요', '터키' 로티세리는 편입 전 정말 많이 먹은 메뉴인데, 안타깝게도 가격이 다소 나가는 편이라 자주 사 먹진 않았다. 나의 추천 빵은 플랫 브래드!  밀가루가 최고다.

 

터키 + 플랫 브래드 + 슈레드치즈 + 렌치 조합

 

"그래도 건강을 생각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나의 양심이 이렇게 말해올 때면 '위트'를 시킨다.

 

 

에그 마요 + 위트 + 모차렐라 치즈 + 렌치 조합

 

오늘 먹은 것. 아 추천 소스는 '렌치'다. 이 '렌치'로 말할 것 같으면, 뭔가 느끼해야 할 것 같은데 담백하고, 담백하면 심심해야 할 것 같은데 짭짤함이 느껴지며 간을 기가 막히게 맞춰주는 마법의 소스다. 어울리지 않는 메뉴는 "없다"

 

 

사실 위트를 처음 먹는 거였다. 맨날 천날 플랫 브래드만 먹다 보니 어디로 뜯어도 상관이 없었는데, 위트는 빵 끝부분으로 뜯으니 기분이 별로였다. 아래로 다 샐 것만 같은 느낌적인 느낌. 다행히도 크게 상관없었다. 원래 써브웨이는 먹다 보면 다 샌다. 빵도 별 맛없이 은은했다. 양심이 소리를 칠 때면 위트를 먹어봐야겠다. 허니 오트는 빵 맛이 강해서 가까이하지 않는 편이다.

 

다행히 먹는 채소가 늘었다. 이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양상추, 양파, 올리브만 넣어주세요!"

 

그러니까 써브웨이는 아침으로도, 점심으로도, 저녁으로도 괜찮은 선택이다. 그러니까 써브웨이는 아침, 점심, 저녁으로 내 소신을 지킬 수 있는 곳이다. 오늘도 나에게 말해줘야지.

 

"먹고 싶은 것만 먹어도 충분한 세상"

 

내 돈 내고 내가 덜 먹는 거, 뭐라고 할 사람 하나 없다. 주문이 어려워도 포기할 수 없는 써브웨이에 대해 알아보았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