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한 자여, 마셔라!" 누가 말했다.
"안녕하세요. 누입니다." 맞다, 내가 말했다.
몸에 힘이 다 빠져버릴 때가 있다. 그날이 오늘이었다. 몹시 기운이 빠져서 아무거나 우선 먹어야 할 것 같을 때. 하필 '아무거나'에 해당된 게, 만두였고, 하필 만두 하면 맥주 아닌가. 어쩔 수 없이 난 맥주를 꺼낼 수밖에 없었다. 완벽한 당위성이 주어졌고, 오늘 일을 열심히 한 거로부터 맥주까지, 완벽한 개연성이었다.
'호가든 보타닉 레몬그라스 & 시트러스 제스트' 이름 한번 더럽게 길다. 얘도 wheat beer다. 밀맥주. 유미 맥주랑 같이 샀던 맥주다. 사실 유미보다 내 시선을 먼저 끌었다. 이마트 측에서도 좀 더 pr을 열심히 하고 싶었는지 분산해서 진열해놨다. 사실 눈에 띈 이유는 따로 있다.
"예쁘면 다냐?!"
"어, 나 예뻐서 다야!!"
예쁘게도 생겼다. 요즘 트렌드인 라벤더 컬러가 눈에 띈다. 이 맥주는 참 애매하다. 유미는 비주얼만으로도 그 쓰임을 다해도 됐는데, 호가든 보타닉 레몬그라스 & 시트러스 제스트는 예쁘기 때문에 꼭 맛있어야 할 것만 같았다. 음식은 참 도전 안 하는 편인데, 맥주는 자꾸 새로운 것만 보면 눈이 돌아가버린다. 아, 그렇다고 눈이 돌아가게 음주를 하진 않는다.
도수도 겨우 2.5도. 이상하게도 495ml이다. 호가든은 정 없게 5ml를 뺏다. 참 우리나라 정서랑 안 맞는다.
따랐을 땐 이렇다. 색은 굉장히 연한 편. 색을 보니 느낌이 딱 왔다. '아, 맛은 진하진 않겠구나.'
한 모금 맛보고, 난 또 놀라고 말았다. 생각보다 연하지가 않다. 오히려 진하다고 느꼈다. 이게 편견을 갖고 봐서 그런 건데, 일반 wheat beer 생각했을 땐 진한 건 아니다. 하지만 색깔과 맥주 껍데기를 봤을 땐 진한 느낌이다.
참 이름값 하는 맥주라고 생각하면 될 거 같다. 레몬 향도 나고 시트러스 느낌도 물씬 난다. 맛이 맥주 껍데기랑 잘 어울리긴 하는데, '봄날'과 잘 어울리는지는 의문이다. 생각보다 '술맛'이다. 타이거 레몬이나 예거 레몬을 떠올린다면 이 맥주는 추천하지 않는다. 타이거 레몬은 내 운명의 단짝이고 예거 레몬은 나의 행복이기에, 호가든 보타닉 레몬그라스 & 시트러스 제스트는 비슷한 레몬이지만 재구매는 안 할 거 같다.
포지션이 애매한 친구다. 확실히 타이거 레몬과 예거 레몬은 레몬 맛에 깃든 맥주맛을 느낄 수 있는 음료수라면, 이건 밀맥주에 향을 좀 탄 느낌. 그냥 맥주를 마신다고 하기엔 도수가 애매하고, 저도수 달달하게 마시고 싶을 때 찾기엔 딱 '술맛'이다. 그러니까 영화를 볼 땐, 라거. 과자 먹을 땐 밀맥, 이럴 때 떠오를 만한 맥주는 아니다.
"안녕"
"만나서 반가웠고, 아마 앞으론 못 볼거야." 호가든 보타닉 레몬그라스 & 시트러스 제스트로 맥주에 꽃을 담았는지 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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